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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안녕, 김동혁.”

“…….”

“내 이름, 구준회. 기억해.”

“…… 내가 왜?”

“그냥. 네가 내 이름을 기억했으면 좋겠어.”

 

 

 

THE RETURN OF SPRING

 

 

 

김동혁을 처음 본 날, 아마도 나는 집에 가는 김동혁을 붙잡고 내 이름을 기억해 달라고 했던 것 같다. 미친 사람처럼 보였겠지. 김동혁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다. 곁에 두고 싶다고. 너무 따뜻해서, 오랫동안 쌓인 눈들이 전부 녹은 것 같은 환상을 들게 했다.

 

엄마가 보고 싶어졌다.

그리고, 이 지독한 환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.

 

 

오랜만이다. 엄마를 보러 오는 건. 내가 일 년을 안 오고, 이 년을 안 와도 상관은 없지만서도 어쨌든 반년을 넘기지 않고 여기를 온다. 사진 속에 엄마는 여전히 따뜻했다. 아직도 밉지만, 따뜻한 사람이다. 그래서 아직 여길 오는 거겠지. 따뜻함을 찾고 싶어서.

 

“엄마, 오랜만이네. 내가 오래 안 온 건 알겠는데, 그래도 꿈에 나오지 마. 언젠간 오잖아, 알아서. 엄마도 알잖아. 엄마만 보면.... 머리가 아파. 죽을 것 같아.”

나 아직 엄마 미워해. 알지?

 

“구준회?”

 

자리를 채 털고 일어나지도 않았는데,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자동적으로 고개가 들렸다. 소리가 나는 쪽으로. 여기서 만날 사람이 없을 텐…

 

“김동혁?”

 

내게 따뜻했던 사람은 우리 엄마가 유일했는데, 지금 이 상황은 참 우스웠다. 내 주변이 봄꽃이라도 틔울 예정인지, 이상하리만큼 따뜻하게 굴었다.

 

“안녕, 준회야.”

“…….”

“왜 왔는지 물으면, 실례야?”

 

엄마. 엄마 보려고 왔어.

아, 그렇구나... 나는 아빠.

꽃도 그렇게 매일 가지고 와?

매일은 아니고, 자주 못 오니까.

자주 못 오면, 꽃 가지고 와야 하나?

 

“우리 아버지도 꽃 좋아하셨는데, 어머니라고 안 좋아하실까.”

“어?”

“꽃 좀 가져다 드리라고. 어머니도 여자야.”

 

너 꽃 가지고 온 적 없지? 어머님 분명히 꽃 좋아하실걸. 원래 따뜻한 사람들은, 다 꽃을 좋아해.

 

“그럼 넌?

“뭐가?”

“너도 꽃, 좋아하냐고.

 

김동혁은 의아한 표정을 띄웠다. 마치 내 말을 이해하기라도 한 듯, 물음표를 잔뜩 띄우고 있었다. 김동혁과 눈을 맞췄고, 나는 김동혁의 얼굴을 느리게 훑었다. 날카롭지만 선한 눈매, 보조개, 동글동글한 입술. 뭔가 묘하게 생겼다. 예쁘게 생긴 건가.... 얼굴이 붉어진 것 같기도 하고. 아, 귀엽다. 첫눈에 반했다는 표현을 이럴 때 쓰는 거겠지, 아마도. 이것도 ‘운명’ 안에 포함일까? 그 재수라곤 없을 것 같은 단어에?

 

 

- 아들, 운명이라는 단어 들어 본 적 있어?

- 어? 응.

- 어떻게 생각해? 운명이라는 거.

- 운명같은 거 믿으면, 인생이 피곤해질 것 같아.

- 아닐걸. 엄마는 너희 아빠를 운명적으로 만났고, 운명적으로....

 

그래, 그래서 아빠도 떠났지. 다른 여자랑.

그 여자를 ‘운명’ 이라고 칭하고는.

 

 

 

 

“김동혁.

“응.

 

“뭐 하나 물어도 돼?

 

 

너는 운명이라는 거, 어떻게 생각해.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다음에는 꽃 좀 들고 와 준회야 ~문_문~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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THE RETURN OF SPRING

 

 

 

 

- 준회야, 엄마가 늘 말한 거 알지? 집에 오면 문 꼭 잠구고, 확인하고, …

- 응, 알아. 준회 그거 다 알아.

- 그래, 우리 준회 다 컸잖아.

 

 

 

“…… 아.”

 

또 이 꿈이네. 엄마 안 본 지가 몇 년인데, 아직도 꿈에 나오고 지랄이다. 보고 싶을 때는 그렇게도 안 나왔으면서, 보고 싶지도 않을 때가 되어서야 나타나는지. 아직도 멋대로인 사람이다, 엄마는.

 

엄마가 꿈에 나오는 날은, 지독하게도 머리가 아팠다. 머리맡에 둔 약통에서 진통제를 들었다. 그리고 옆에 있는 생수통.... 아, 물 없네. 나가기 귀찮은데. 아픈 머리를 붙들고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러 갔다. 하얀 알약이 혓바닥 위에 놓이고, 쓴맛이 막 돌려던 찰나에, 차가운 물과 함께 식도로 넘어간다.

 

학교.... 가야겠지.

 

이 주 만에 나가는 학교라서, 교복을 어디에 둔지도 기억이 안 난다. 이 좁은 방구석에서 숨을 곳이 더 있다는 게 말도 안 되는데. 씨발, 어디에 있.... 여기 바지는 있고. 셔츠, 넥타이, 조끼, 아무것도 없네. 없다. 바지라도 입는 게 어디야? 어차피 늦어서 교문 앞에 사람도 없을 거고. 자주 입던 까만 후드티를 입었다.

 

핸드폰, 챙겼고.

시계, 찼고.

지갑? 챙겼고.

 

머리, 올릴까.... 엄마는 올린 게 더 낫다고 했었는데. 아, 귀찮으니까.... 그냥 가야겠다. 칙칙한 교실에서 멋을 부리면 뭐해. 돌아오는 게 없는데.

 

실없는 웃음을 뱉으면서 현관문을 열었다.

쌀쌀하네, 좀.

 

 

“이 새끼 지금 이 주 만에 학교 와서 자는 거?”

“와, 진짜 노답이다.... 집구석에서 자지, 그냥.”

 

시끄러운 목소리가 귀를 뚫는 기분이었다. 이런 시끄러운 새끼들은 보나마나....

 

“그럼 너넨 이 주 만에 온 친구를 괴롭히고 싶냐?”

“당연. 너처럼 학교 안 나오는 양아치 새끼들은 더 괴롭히고 싶지.”

 

그치 김찌언? 맞지? 그럼, 간만에 옳은 말하네, 김한빈. 간만에? 뒈질래? 어, 미안.......

 

아 맞다, 아침에 전학생 왔는데. 소개해 줄까? 소개팅도 아니고 소개는 무슨, 야! 동혁아! 아니 씨발, 미친놈아. 필요없....

 

“어?”

 

다고.......

 

“얘는 내가 아까 말한 구준회. 학교 안 나오는 양아치 새끼.”

“아, 응.......”

“김동혁 너 존나 행운아다. 이 새끼 보는 거 흔치 않은 기회거든.”

 

 

운명이라는 것은 우습다. 인생이라는 것은 만들 수 있고, 바꿀 수 있다. 우리 엄마를 봐도 그랬다. 내가 엄마 인생을 바꿀 수 있었다. 하지만 나는 바꿀 수 없었다. 나는 이것을 운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. 그냥.... 내가 하지 않았던 거다.

 

운명이라는 것을 믿고 싶었고, 인생을 바꾸고 싶었다. 우습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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THE RETURN OF SPRING

 

 

 

 


엄마ㅡ, 엄마가 그랬잖아. 난 봄에 태어났는데, 겨울을 닮았다고. 그래서 엄마가 나의 봄이었고. 엄마가 가고 아직 봄을 찾지 못 했었거든, 나. 엄마가 없는 세상은, 너무 삭막했고.... 차가웠어. 엄마는 어떻게 그런 따뜻함을 가지고 있었던 거야?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시리던걸.

 

근데 있잖아, 나 다시 봄을 찾은 기분이었어.

 

 

- 안녕, 김동혁.

- …….

- 내 이름, 구준회. 기억해.

- …… 내가 왜?

- 그냥. 네가 내 이름을 기억했으면 좋겠어.

 

 

 

18살의 구준회, 그리고 김동혁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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